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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 대통령, 헌법재판소까지 농단해선 안 된다

입력 | 2017-02-23 00:00:00


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최후변론 기일을 24일에서 27일로 3일 늦췄다. 재판부는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26일까지 출석을 통보한다면 27일 오후 2시에 최후진술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출석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후로 선고를 늦춰보자는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재판에 임하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의 수준은 상식 이하다. 대리인단은 어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까지 냈다. 김평우 변호사는 강 재판관이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며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독설까지 퍼부었다. 법리를 따져야 할 심판정에서 수세에 몰린다고 극언까지 퍼붓는 것은 변호인의 격(格)을 드러낸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며 기피신청을 각하한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20여 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했다가 모두 기각당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뒤늦게 각하(却下)를 주장하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관련 증인으로 신청했다. 2개월 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결된 탄핵소추안에 하자가 있었다면 당시 반대한 새누리당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겠는가. 심지어 박한철 전 헌재 소장까지 증인으로 불렀다. 단순한 지연 전략을 넘어 ‘탄핵심판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그동안 무차별 증인신청을 하는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의 ‘오버’에도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신문을 완료한 28명의 증인 가운데 박 대통령 대리인 측 신청자가 16명으로 청구인 측 12명보다 많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헌재에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최후변론은 유세의 자리가 아니다. 피청구인은 자신의 하고 싶은 변론을 하고 재판관으로부터 신문을 받으러 나오는 자리다. 국가 사법체제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아무리 직무가 정지됐다고 해도 이렇게 사법절차를 희롱해선 안 된다. 대통령을 강제로 출석시킬 법적인 수단이 없다고 검찰은 물론 특검에 이어 우리 사법체계의 최종 판단기관인 헌재의 출석마저 거부한다면 끝까지 법치를 외면하고 인치(人治)에 사로잡힌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