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모 작가의 번역과 대조해 읽어본 적이 있다. 그가 굳이 이 책을 번역한 것은 원서의 생동감이 기존 번역에서 다 사라졌다는 아쉬움에서다. 그의 번역에는 원작의 묘사를 실감나게 잡아낸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영어 해독 능력에서 비롯된 오역이 꽤 있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번역을 비판하고 개정판을 새로 내기도 했다.
▷21일 서울 세종대에서 국제통역번역협회 주최로 인간 번역사 대 인공지능 번역기의 번역 대결이 있었다. 인간 번역사가 문학지문 30점, 비문학지문 30점 만점에 평균 합계 49점을 받아 19.9점을 받은 인공지능을 압도했다. 인공지능의 번역 능력은 특히 문학지문에서 떨어져 전체의 90%가 문장조차 되지 않았다. 제품별로는 구글 번역기가 28점으로 1위, 네이버 번역기가 17점으로 2위, 시스트란 번역기가 15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대결은 한글-영어 번역 대결이었다. 그러나 같은 알파벳 언어권에서의 번역 대결, 예를 들어 영어-스페인어 번역 대결이었다면 인공지능의 점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고 한다. 다른 언어권끼리라도 구글은 영어-일본어 번역에는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고 일본어-한글은 친근성이 높다.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글로 번역하거나, 한글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방식이었다면 결과는 또 달랐을 것이다.
▷‘Time flies like an arrow’를 잘못 번역하면 ‘시간 파리는 화살을 좋아한다’가 된다.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로 번역하려면 이렇게 번역되는 사례가 쌓이고 그것이 패턴으로 인식돼야 한다. 패턴화하기 쉬운 일상 언어부터 점차 인공지능이 장악해갈 것이다. 성경의 하나님은 인간이 세운 바벨탑을 무너뜨린 후 인간의 언어를 나눠 소통을 차단했다. 문학까지 인공지능이 다 번역하는 날은 인간이 다시 금단의 바벨탑을 세우는 날이다. 그러나 아직 인공지능이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볼 날은 멀어 보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