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측, 헌재 맹비난]朴대통령 대리인단 ‘헌재 흔들기’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이 열린 22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3월 13일(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 이후로 선고를 미루기 위해 파상공세를 폈다. 박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인신공격성 막말을 쏟아내며 재판부를 끊임없이 도발했고,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까지 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최종 변론기일을 24일에서 27일로 늦췄다. 박 대통령 측 요구를 수용해 불복 소지를 없애면서, 3월 초 선고가 가능하도록 일정을 못 박은 것이다.
○ 황당한 ‘막말’ 변론
김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를 제대로 입증도 않은 채 ‘섞어찌개’처럼 엮었는데도, 재판부가 국회 측을 감싼다며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 소추는 박 대통령을 쫓아내 정권을 잡겠다는 사기극이자 국민을 속이는 대역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겨냥했다. 김 변호사는 “강 주심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 증인 신청을 기각하며 멋대로 소송 지휘를 하고도 ‘변호인이 동의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이는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모금을 강요해도 어쩔 수 없이 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
보다 못한 이 권한대행이 “이 자리에서 감히 할 얘기가 아니다. 사실관계에 맞게 변론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오히려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 임기 때문에 탄핵심리를 졸속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입을 굳게 다물고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던 강 재판관은 “헌법재판을 많이 해보시지 않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특히 ‘청구인의 수석대리인’이라고 하시는 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법정에서도 큰 문제가 될 발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 재판관 기피신청… 재판 지연
이날 김 변호사의 궤변에 가까운 막말 변론은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보였다. 이 권한대행이 김 변호사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탄핵소추 절차의 적법성은 재판부가 판단하겠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 측 조원룡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헌법재판관 강일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한다”며 준비해온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강 재판관이 검찰의 일방적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헌재는 “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게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피신청을 각하했다.
기피신청을 둘러싼 논란으로 오후 변론시간이 대부분 소진돼 정작 이날의 핵심 쟁점인 박 대통령 출석 여부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 측을 진정시키며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묻자 대리인단은 “대통령 출석 시 신문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대통령과 상의하지 못했다”며 되레 설명을 요구했다. 이날까지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정해달라고 한 재판부의 요구에 불응한 것이다. 재판부는 신문 절차를 간단히 설명한 뒤 “박 대통령 측에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드리겠다”며 24일로 예정됐던 최종 변론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연기해줬다.
○ ‘각자 변호’… “헌재 흔들 의도”
이에 대해 헌재 내부에서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변호사 일부가 개별적으로 공정성 시비를 일으켜 불복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7일 최종 변론기일에 ‘각자 대리’ 방침을 내세우며, 김 변호사의 ‘막말 변론’처럼 재판부를 흔드는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