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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역사갈등, 민간교류로 풀어가야”

입력 | 2017-02-23 03:00:00

故 와카미야 前아사히 주필 주도
‘그러니까…’ 마지막 세미나 열려




2014년 시작된 연속 세미나 ‘그러니까 한중일 유대의 재발견’ 마지막 회가 21일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이시카와 요시미 작가, 배우 야노 고지 씨, 노성희 써니트레이딩 대표, 펑리잉 한중예술협회 회장(오른쪽은 통역).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000년 중국에 가서 몇 년간은 악역만 맡았습니다. 중국인을 괴롭히는 일본인 병사나 경찰 역이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니 친구인 중국인 감독이 ‘비슷한 역할만 하면 크지 못한다’고 조언해 주더군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배우로 성장한 야노 고지(矢野浩二·47) 씨는 21일 중국에서의 인기 비결로 ‘자연인으로서 일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관계가 어렵건 말건 자신은 일본인이 아닌 한 배우로서, 중국인이 아닌 동료들과 일할 뿐이라는 것이다.

고(故)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이 2014년부터 이끌어온 연속 세미나 ‘그러니까 한중일 유대의 재발견’(후원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마지막 회가 이날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9회째인 이날은 ‘프로페셔널이 만들어가는 한중일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 형태로 진행됐다.

한중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세 명이 주인공. ‘중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인’으로 배우 야노 씨,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으로 노성희 써니트레이딩 대표, ‘한국에서 활약하는 중국인’으로 펑리잉(彭麗穎·31) 한중예술협회 회장이 등장했다

노 대표는 1990년대 초 일본인과 결혼해 오키나와에 정착한 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는 문화 차이로 겪은 갈등, 호텔 사업에 진출해 연매출 1000억 원의 회사로 키운 과정 등을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서는 축구 한일전이 있을 때가 가장 괴롭다”는 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도쿄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중국 고전 악기인 고쟁(가야금과 유사한 악기) 전공자인 펑 회장은 2006년 가야금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서울대와 중앙대에서 석박사를 마쳤고 지금은 한국에 정착해 한중 문화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국의 국악에 중국 음악의 원형이 보전돼 있었다”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한류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창조성에 자극받는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 간에는 정치와 역사 등의 이유로 갈등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서로를 알수록 가까워진다며 국가 간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가와라 아키오(大河原沼夫) 일본국제교류센터 이사장은 이날 연속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연 1회 정도 특별 세미나로라도 모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