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가계부채 분명히 문제”… 4월 위기-환율조작국 우려는 일축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현재 연 1.25%)를 8개월 연속 동결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과 134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한은이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 속도와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방향,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며 금리 동결의 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는 무엇보다 1년 새 11.7%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인 1344조 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거시정책 관점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총량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로 높아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4월 위기설’과 관련해 “과장된 것이고 실제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특히 미국이 4월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대미 수출이 줄면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결국 위안화가 약세가 돼 국내 수출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