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첫 반응을 내놨다. 예상한 대로 뚜렷해지는 북측 책임에 대해 ‘오리발’을 내놓은 데다 ‘한국 정부의 대본에 따른 음모 책동’이라고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북은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외교 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라고 주장했다.
북은 이 담화에서 김정남의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 놓고 있었다”고 억지를 부렸다. 한국 정부가 ‘쇼크사’까지 예견하고 각본까지 짰다는 것인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은 김정남 부검에 대해서도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자국 공항에서 발생한 의문사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것은 주권에 속하며 국제적 관행에도 부합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 2차 발표를 통해 현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도 이번 사건의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면 관련자들부터 내놓아야 한다. 북은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성분 파악에 시간이 걸리자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말레이 경찰은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며 영구 미제 사건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1983년 아웅산 테러와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때도 북이 ‘허위 날조’라며 부인했지만 결국 그들 소행임이 드러났다. 중국이 이번에도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며 북을 내심 편들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북의 상습적인 거짓말에 농락당할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