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휩싸인 헌재]‘헌재 재판관 인신공격’ 논란 확산
○ 이정미 대행, 뒷목 잡고 재판 진행
김 변호사는 22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장장 100분에 걸쳐 헌재 사상 유례가 없는 ‘막말 테러’를 벌였다.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와 권성동(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한편을 먹고 뛴다.”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 퇴임 때문에 재판이 졸속 진행됐다.”
김 변호사가 재판관 실명을 언급하며 근거 없이 쏟아낸 비난들이다. 그는 특히 강 재판관에게 “개인적 지식 말고 법에 근거해 재판하라. 그 정도 법률 지식은 갖고 있지 않느냐”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김 변호사는 발언 시간 내내 주로 방청석을 향해 열변을 토하다가, 특정 재판관을 비난할 때는 고개를 재판부 쪽으로 돌리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탄핵이 인용됐는데 박 대통령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내란이 일어나 아스팔트가 피로 물든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재판관들은 엄청난 공격을 받고 헌재 존립도 논란이 될 테니 탄핵소추를 각하하는 게 정치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막말을 듣는 내내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든 듯 오른손으로 자주 뒷목을 잡았다. 일부 재판관은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느라 아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관에게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한 것은 법관의 근본을 부정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 “처벌 가능”… 헌재는 대응 자제
김 변호사의 행태는 재판장이 법정 질서 유지권을 발동해 퇴정시켜야 할 중대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또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이므로 대한변협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변호사를 아예 법정모욕죄로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138조는 ‘재판 방해 또는 위협 목적으로 법관 등을 모욕하거나 소동을 벌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 재판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김 변호사의 막말 변론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김 변호사의 막말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감치 등 법정질서권을 발동해 제재 조치를 가했다가, 박 대통령 측에 심판 진행의 공정성을 문제 삼을 빌미를 주고 탄핵 반대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막말 변론은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발언으로 충분한 퇴정 사유가 된다”며 “하지만 재판부가 감치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재판 공정성 시비를 통해 헌재를 흔들려는 박 대통령 측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