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어니스트 전유정
#애피타이저
2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클래식 아코디언 연주자 전유정의 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공연장을 대거 찾은 것입니다. 보통 40~50대가 많은 클래식 공연장에 60대 이상의 관객이 많이 찾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이날 신문에서 전유정의 기사가 나가자 문의 전화가 쇄도했어요. 공연 전까지 약 100통에 가까운 전화가 왔어요.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들로 보기 드문 현상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주는 향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2008년 첫 인터뷰 당시의 손연재
#메인 요리
최근 한 선수의 은퇴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리듬체조의 손연재입니다.
손연재는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손연재가 떠오른 이유는 손연재의 마지막 공식 대회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그가 리본 부문에서 사용한 음악이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였기 때문입니다.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가 손연재의 첫 언론 인터뷰였습니다. 리듬체조계에서는 ‘얼짱’에 실력도 좋아 유명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팬 카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가 찍은 사진은 손연재의 프로필 사진으로 잠깐 쓰이기도 했습니다.
손연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차게 자신의 꿈을 밝혔습니다.
“김연아 언니가 피겨스케이팅에서 한 것처럼 저도 리듬체조를 인기 종목으로 바꾸고 싶어요. 열심히,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사람들에게 리듬체조를 알리고 싶어요.”
사실 손연재는 선수 생활 동안 수많은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다독인 것은 손연재였습니다. 본인이 가장 많이 힘들었을테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합니다.(물론 이런 이야기도 악플이 달릴 가능성이 높겠지요.)
은퇴가 갑작스러운 것처럼 비쳐지지만 손연재는 올림픽 전부터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3년 손연재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한 전직 선수는 어느 날 손연재와 오랫동안 은퇴 후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코치활동이나 대학원 진학에 많은 무게를 두었다고 합니다.
2008년 손연재가 꿈꿨던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올림픽 메달을 끝내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손연재의 활약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리듬체조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노력이 컸습니다.
손연재의 앞으로가 사실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물론 성적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인생이 말입니다.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이제는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도 믿겠습니다.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연기 중인 김연아
#디저트
사실 피아졸라의 음악을 들을 때 또 한 명의 선수가 생각났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입니다. 김연아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선보인 프리스케이팅 음악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였습니다.
3년이 지났어도 ‘아디오스’가 믿어지지 않네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