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얼굴-눈 점막서 최악 살상용 신경작용제 검출” 北 “심장마비” 주장에 물증 제시… 美전문가 “안보리서 다룰 사안”
김정남을 죽게 한 것은 살상력이 워낙 강해 국제사회가 전쟁에서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맹독성 화학물질이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24일 김정남 시신의 얼굴과 눈 점막에서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고 밝히자 국제사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백주 대낮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VX는 피부 접촉의 경우 10mg의 극소량으로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비준국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영국 BBC는 VX 사용을 “심각한 국제규범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적 화학무기 전문가인 레이먼드 질린스카스 미국 미들베리대 생화학무기 비확산 연구소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에서 다룰 만한 사안”이라고 했다.
VX 이외의 맹독성 물질이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시신에서 추출한 샘플에 대한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22일 쿠알라룸푸르의 한 콘도를 수색해 30대 말레이시아 남성을 체포하고 화학물질 다수와 장갑 등을 압수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정남 시신 양도에 관한 혼선도 계속되고 있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은 23일 “(김정남 친족이) 하루나 이틀 안에 말레이시아에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할릿 청장은 24일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일부 외신은 김정남의 딸 김솔희가 26일 말레이시아를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