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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간 안희정 “헌법 유린 낡은 세력 일소” 강경론 쏟아내

입력 | 2017-02-25 03:00:00

당내 경선 앞두고 온건 이미지에 변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4일 호남을 방문해 “헌법을 유린한 모든 낡은 정치세력을 일소하겠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과의 대연정, 박근혜 대통령의 ‘선한 의지’를 언급하며 온건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이날 전남 순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낡은 세력 일소는) 헌법의 명령이고 법률의 정의”라며 “제가 법치, 민주주의, 헌법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통합을 얘기하는 것과 정의를 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런 강경한 목소리는 ‘중원 공략’에 힘써 온 안 지사가 방향타를 미세 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율 상승세를 바탕으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독주의 대항마로 떠오른 안 지사는 지난주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야권 전통 지지층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안 지사의 발언이 ‘야권 지지층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있다”며 “당초 안 지사 캠프로 합류할 계획이었지만 지지 세력의 반발로 보류했다”고 말했다. 시대 교체 등 안 지사의 주장에 공감했던 이철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도 “안 지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먼저”라며 캠프 합류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안 지사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2%, 안 지사는 21%의 지지율을 기록해 지난주보다 각각 1%포인트 하락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1%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같은 8%의 지지율을 보였다.

안 지사의 상승세가 주춤한 건 안방 격인 충청지역의 지지율 하락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33%)은 지난주보다 9%포인트 오른 반면에 안 지사의 지지율(26%)은 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호남에서도 안 지사의 지지율(18%)은 3%포인트 떨어진 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43%)은 11%포인트 올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24%에서 20%로 떨어졌다.

반면 안 지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오른 23%로 문 전 대표(19%)를 제쳤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지지율 43%를 기록해 유승민 의원(15%)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확장성’은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대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후보가 못 되고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충청권 후보가 당선되도록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안 지사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자 정 전 총리 측은 “덕담 차원으로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