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가 자리에 있든 없든 일단 찾아가서 우리의 뜻을 전달합시다.”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마친 후 추미애 당 대표실로 향했다. 이틀간 토론을 한 모임 소속 의원 35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종걸 강창일 김두관 의원이 대표로 나섰다.
이들은 자리를 비운 추 대표를 대신해 우상호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당 대표가 개헌의 의지와 절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성명서에는 개헌 관련 정책의총을 원내대표가 즉각 개최하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대선 주자들은 개헌 관련 입장을 밝히고 토론회에 응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날 여야 3당과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개헌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했다. 한국당(94석), 국민의당(39석), 바른정당(32석) 등 여야 3당이 힘을 모을 경우 165명으로 개헌 발의선인 150석을 넘어선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 35명이 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개헌안 의결정족수인 200명(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을 채우게 됐다.
그렇지만 대선 전에 실제 개헌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들이 시기적으로 ‘대선 전’이라는 공통분모를 마련했지만 권력구조 형태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바른정당 분권형 대통령제, 한국당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속을 뜯어보면 개헌안이 조금씩 다르다. 1987년 체제의 종식을 위한 이번 개헌론에는 권력 구조뿐 아니라 기본권, 지방분권 등 개헌안에 담길 내용이 방대해 대국민 설명을 위한 공론화 시간도 빠듯하다. 무엇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라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헌을 추진하는 이들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개헌 카드’가 반(反)문재인 진영을 결속하는 핵심적 명분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의 독주가 이어질 경우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이 ‘대선 전 개헌’을 매개로 후보 단일화까지 논의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개헌파는 대체로 비문(비문재인) 성향 의원들, 특히 문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은 “개헌을 저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개헌이 특정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