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북한이 1990년대부터 만들어 왔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화학무기에 정통한 고위 탈북자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이 1990년대 중앙아시아에서 제조기술과 원재료를 입수해 VX를 만들어 왔다고 보도했다. 이 탈북자는 “북한은 VX를 암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화학전 능력 확보’를 지시한 후 지속적으로 치명적 화학물질을 연구 개발해 왔다. 지난해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화학무기 추정 보유량은 2500~5000t에 달한다. 미 의회 조사국이 지난해 1월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에는 화학무기를 합성하는 생산거점이 12곳, 저축기지가 6곳 있다고 한다.
나카가와는 22일 면회를 통해 만나 온 독극물 분야의 권위자 앤서니 투 콜라라도주립대 명예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남의 입 주변에 거품 같은 것이 있는 것은 VX가 기도의 분비물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정남이 눈의 통증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눈에 VX를 바른 것이라면 통증은 당연하다. 증상이 빨리 나와 공항 안에서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VX는 기화되지 않아 사린에 비해 취급이 용이하다”고도 했다. 나카가와는 재판 과정에서 실수로 자신의 손에 VX를 바른 뒤 해독제를 주사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또 당시 옴 진리교 사건에서 VX 테러 피해자를 치료한 아이카와 나오키(相川直樹)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눈과 입술 등의 점막 때문에 얼굴은 VX를 흡수하기 쉽고, 혈류량이 많아 독성이 온몸에 빨리 퍼진다”며 이 때문에 가해자들이 얼굴을 노렸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다만 사린 등의 독성물질이 기화하는 것과 달리 VX는 피부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아이카와 교수는 1994년 목덜미에 VX 테러를 당한 옴진리교가족모임 회장을 치료해 8시간 만에 의식을 찾게 했다. 그는 공격을 당한 후 CCTV에 찍힌 김정남의 증상을 두고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