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법관 후임없이 27일 퇴임… 대통령에 임명권… 절차 시작못해 헌재, 3월 13일 뒤엔 7인체제… 문체부-법무부도 직무대행 장기화
후임 인선이 늦어져 일시적인 대법관 공백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대법관 퇴임 이전에 후임 인선 절차 자체를 시작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관 임명 절차에는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 천거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 3, 4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후보자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해 대통령이 수용하면 국회에서 해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본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순이다.
대법원은 이 대법관의 퇴임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가려 했으나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자 후임 인선을 보류했다.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법관 임명의 권한까지 행사할 수 없다는 법조계와 학계 다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박한철 전 소장이 1월 31일 퇴임해 ‘8인 재판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3월 13일 퇴임 예정인 이정미 재판관 후임 인선 절차도 시작되지 않았다. 대통령 추천 몫인 박 소장 후임 인선뿐 아니라 대법원장 몫인 이 재판관의 후임 인선 절차가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후임 지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일부 부처에서도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윤선 전 장관(51)이 구속되면서 1월 21일부터 송수근 1차관이 장관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장관은 공석이지만 문체부는 현재 송 권한대행과 행정고시 31회 동기인 유동훈 2차관이 함께 끌고 가는 구조다. 송 권한대행은 1차관 영역인 ‘예술’ ‘출판’ 등의 영역을, 유 2차관은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또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말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58)이 퇴임하면서 석 달 가까이 이창재 차관이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문형표 전 이사장(61)이 구속된 뒤 이원희 이사의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