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 경제부 기자
심리학에 ‘소유 효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낡고 오래된 물건이라도 한번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을 다시 내놓기란 쉽지 않은 심리적 편향을 뜻한다. 몇 년째 쓰지 않은 물건도 ‘혹시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무언가를 버리는 일에는 용기가 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는 눈길을 끈다. 이는 최소한의 물건으로 사는 삶의 즐거움 정도로 설명될 것 같다. 서점에 가면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책만 수십 권이 넘는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이나 성공담이 넘쳐 난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버릴수록 행복해진다”이다. 잡동사니로 꽉 차 있던 서랍장을 정리하고 난 뒤 생긴 손바닥만 한 공간에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으로 미뤄 볼 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현재 본보기집처럼 최소한의 물품만 갖춘 집에서 살고 있다. 가족과 수없이 싸워 가며 얻은 ‘버리기 노하우’를 ‘아무것도 없는 블로그(http://nannimonaiblog.blogspot.jp·사진)’에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그린 만화책 ‘우리 집엔 아무 것도 없어’와 이를 토대로 만든 동명의 일본 TV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마이가 소개하는 ‘버리기 비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지 묻는다. 둘째, 아깝다는 걸 핑계 삼지 않는다. 셋째, 선입견을 버리고 집안의 물건들을 돌아본다. 당연하게 여겨 온 물건도 사실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넷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로 꼭 필요한 물건을 버렸다고 해도 다시 사면 그만이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다 문득 미니멀 라이프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속상한 일로 마음이 무거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뒤졌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무 특성상 2000개 가까운 번호가 저장돼 있었지만 선뜻 연락할 번호가 보이질 않았다. 그때 피상적인 관계에 파묻혀 정작 중요한 인연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버리기 마녀’인 마이도 수저, 티슈, TV 등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그는 그런 물건들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만 구입한다. 도저히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건 100개보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 몇 개만 갖고서도 ‘행복지수’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인간관계’에 적용해도 좋을 듯하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가 한 명만 있다면 행복한 삶일 수 있다.
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