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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특검 조사 거부한 朴대통령, 헌재 진술도 대리낭독

입력 | 2017-02-28 03:00:00

헌재 출석 대신 의견서만 제출




굳게 닫힌 청와대 정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 변론이 진행된 27일 굳게 닫힌 청와대 정문 앞에서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 출석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박 대통령 측은 재판관과 국회 측의 신문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출석해서 최후 진술을 하는 방식을 기대했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의견서를 대독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대통령 본인의 뜻을 전달하면서도 신문은 받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송구’와 ‘후회’만 1차례씩 언급했을 뿐 ‘반성’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 최순실의 사익 추구 몰랐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 초반에 1998년 정계 입문, 2004년 한나라당 여의도 천막 당사 이야기를 꺼내며 “국민을 배신할 수 없다는 약속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또 “20여 년간 정치인의 여정에서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했으며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주변을 살피지 못한 불찰로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40여 년 동안 옷과 생필품을 챙겨준 최 씨가 사심을 내비치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적이 없어 믿음을 가졌다”며 “그러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는데 늦은 후회가 든다”고 했다. 최 씨의 잘못된 행동과 자신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사유인 공무상 비밀 누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쉬운 표현에 대해 최 씨에게 의견을 묻고 들은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관련 첫 대국민담화에서도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도 표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인사권 남용과 관련해서도 “최종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며 “최순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 압박한 사실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사안 개입 의혹에는 “최순실은 외교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재단 설립 뇌물 아닌 선의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비리에는 “최 씨로 인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선의가 제가 믿었던 사람(최순실)으로 인해 왜곡되고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장시간 기업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 공여자로 구속까지 되는 걸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삼성 합병 지원 의혹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친구 부친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 납품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20대 초반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담당 부서들이 잘 처리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였다”며 중소기업 고충 해결 차원에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D코퍼레이션이 최순실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이고 (최 씨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보도 관련 언론자유의 침해와 관련해서도 추가 설명 없이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 청와대 긴장 속에 여론 촉각

이날 청와대 참모들은 긴장감 속에 헌재 탄핵심판 상황을 보고받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를 두고 이날 오전까지도 찬반이 팽팽히 엇갈렸지만 박 대통령은 불출석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은 “아무래도 탄핵심판에 피소추인으로 서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겠느냐”며 “역사에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은 대통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까지 최후 서면진술을 참모들과 고쳐가면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 탄핵심판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며 “기자회견 등 다른 일정도 일절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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