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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방황하는 보수’의 마지막 반전카드

입력 | 2017-03-01 03:00:00

방황하는 보수층 안희정 밀어주자 흐름… 경선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
문재인 전 대표 불안한 안보관 수정해야 승산
여권 선두 황교안 홍준표 보수층 결집시킬 잠재력에 승부 걸려 있다
바른정당은 오렌지 우파의 한계




황호택 고문

조사기관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후보를 합하면 지지율이 60∼70%가량 나온다. 여권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 안팎이고 유승민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를 쓸어 모아도 20% 정도다.

출신 지역과 세대별 투표 성향에 바탕을 둔 ‘기울어진 운동장’론도 86세대가 50대로 진입하면서 지형이 달라졌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후에도 정부 여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의 보수 진보 정권의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과 탄핵 때문에 좌파 천하처럼 보이지만 샤이(shy)한 보수 유권자들이 많아 여론조사 수치를 믿을 게 못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에서 여론조사 응답률은 5∼10%에 불과해 지난 총선에서도 예측이 빗나갔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가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막판에 가서 클린턴과 접전을 벌였다. 야권의 독주 같은 지금의 분위기가 탄핵심판을 변곡점(變曲點)으로 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중도우파와 보수적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기왕 민주당이 대통령을 가져갈 거라면 안보관이 불안해 보이는 문재인 전 대표보다는 안희정 지사가 낫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관한 견해가 너무 오락가락해 뭐가 진짜 그의 생각인지를 알기 어렵다. 작년에는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자고 했다가 한 달 전 인터뷰에선 사드 배치 취소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에는 차기 정부로 넘기자고 원점 회귀했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한 발언은 국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것이 보수 쪽 시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부림(釜林) 사건’을 변호할 때의 민족주의적 시각에 멈춰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먼저 방문하고 그 다음에 중국을 가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불안하게 보이는 안보관을 수정해야 표의 확장성이 붙을 것이다.

민주당의 경선이 당적을 불문하는 국민경선 방식이어서 보수적인 유권자들 중에도 “민주당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으니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안정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직은 문 전 대표의 탄탄한 조직을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선거인단 등록자가 200만 또는 250만을 넘어선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안 지사 캠프의 기대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 가 있는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보수 진영에서 자유 성장 법치의 가치에 충실한 다크호스가 출현한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보수 쪽 후보들이 지리멸렬하고 믿음을 줄 사람이 없으니 안 지사에게 가 있는 것이다.

탄핵소추가 인용된다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출마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공석인 상태에서 그가 대선에 출마하면 공동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저버렸다는 비난에 휩싸일 것이다. 탄핵이 기각된다면 국무총리직을 사퇴하고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지지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서 보듯이 평생 공무원만 한 사람은 권력의지가 미지수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싸움닭 홍 지사가 링에 오른다면 여권의 경선이 흥미로워질 것이다. 우선 그는 무상급식 반대나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보듯이 보수의 가치와 맥을 같이하고 도백으로서 성과도 냈다. 흔들리는 보수의 표를 결집시킬 잠재력이 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려면 1년가량 남아 있어 불안하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둘 다 금수저에 오렌지 우파 같은 분위기가 풍겨서인지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바른정당의 한계다.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문 전 대표보다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어느 경우든 이번엔 끝까지 갈 것 같다.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보수의 표심을 휘어잡는 다크호스가 출현한다면 예측불허의 판세가 벌어질 수도 있다.
  
황호택 고문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