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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협상이 풀리지 않을땐 ‘틀’을 바꿔보라

입력 | 2017-03-02 03:00:00


2011년 초,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구단주들은 직장 폐쇄를 감행했다. 구단주와 선수 노조 간 수익 배분 문제로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구단주들은 수익 배분 시 구단주가 총수익 중 20억 달러 정도를 먼저 투자자금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수익 중 약 58%를 선수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수 노조는 수익을 무조건 절반으로 나누길 원했다. 지루하게 계속되던 협상은 구단주 측이 완전히 새로운 수익 배분 구조를 제안하면서 마무리됐다. ‘총수익의 몇 퍼센트’를 갖겠다는 문제로 협상하는 대신 총수익을 그 출처에 따라 세 개의 수익 바구니로 분류하고 바구니별로 각기 다른 배분 비율을 결정하기로 한 것. 이렇게 해서 선수 노조는 △모든 중계방송 수익의 55% △NFL 자회사 운영 수익 및 포스트시즌 운영 수익의 45% △경기 입장료 수익 등 로컬 수익의 40%를 가져가게 됐다. 이 협상 결과가 재밌는 점은 새로 체결한 계약의 결과로 선수들이 가져가는 몫이 대략 총수익의 47∼48%라는 점이다. 애초에 구단주들이 제시했던 안대로 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노조가 이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빈손으로 협상하라’(디팩 맬호트라 지음·와이즈베리)는 협상, 그중에서도 특히 더 이상 내세울 카드도 없고 상대보다 힘도 약해 가망이 없어 보이는 분쟁에서 상대를 설득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중 구단주 측이 사용한 전략은 ‘리프레이밍’이다. 세 바구니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해 구단주와 선수 노조 양쪽 모두에게 협상 타결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 바구니 접근법을 통해 구단주 측 협상단은 구단주들에게 경기장 관련 수익 등 그들의 투자 비중이 더 큰 영역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게 됐다고 보고할 수 있게 됐다. 선수 노조 협상단 역시 선수들에게 팬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게 됐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양측 모두 협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같은 제안도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고, 덜 매력적으로도 비칠 수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