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기자의 에코플러스]살생물질 ‘프로필렌글리콜’의 변
현대인은 생활 속에서 다양한 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알게 모르게 많은 살생물질을 접하고 있다. 살생물질은 유해생물을 억제해 인간이 제품이나 식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물질이지만, 기준치 이상 들어가면 유해생물이 아닌 우리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이미지 기자
―독자들께 본인을 소개해 주시지요.
―간단히 프로필렌 씨라 불러도 되겠죠? 살생물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유해생물을 제거,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물질입니다. 살균·소독·방부물질이라 바꿔 부르면 한결 듣기 친근하죠. 사실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살생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CMIT/MIT,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같은 센 친구들뿐 아니라 소금, 설탕, 식초(아세트산), 술(에탄올)과 같이 사람이 늘 접하는 식품이나 레몬산(구연산 시트르산), 때죽나무 수액의 안식향산(벤조산), 비타민C(아스코르브산)와 E(토코페롤) 모두 살생물질이에요.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아시죠? 몸에 좋다고 알려진 친구인데 역시 용도에 따라 살생물질이 되기도 합니다. 환경부 조사에서 사용빈도 1위를 차지한 리날로올(Linalool)은 탱자나무에서 나오는 성분인데 착향료로 쓰입니다. 요새 향초 만드시는 분 많죠? 그분들 모두 살생물질을 다루고 계신 셈이에요. 대부분의 착향료가 살생물질이거든요.
가습기 살균제 사태 후 새 법(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법)을 마련하면서 미국·유럽 살생물제법 지정 화학물질에 국내 기업들이 제출한 물질을 모두 합쳐 살생물질이라 이름 붙였어요. 센 친구부터 순한 친구까지, 모두 살생물질 범주 안에 들어 있어요.”
―살생물질 중에도 위험하지 않은 게 있다는 말인가요.
살생물질의 위해성은 크게 두 가지 값으로 결정됩니다. 물질 그 자체의 유해성인 ‘독성값’과 얼마나 어떻게 접하느냐를 따지는 ‘노출계수’입니다. 김정남을 죽인 독극물 VX는 독성값 자체만으로도 위해성이 큰 물질이죠. 반면 가습기 살균제 물질은 매일 조금씩 꾸준히 접하기 때문에 위해성이 커진 물질입니다. 얼마나뿐 아니라 어떻게 접하는가도 위해성에 영향을 줍니다.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이라는 친구는 피부에 닿을 때보다는 먹었을 때 더 위험하지만, 사용빈도 23위에 오른 시트르산(Citric acid)은 오히려 먹을 때보다 피부에 닿을 때 독성이 크게 작용하는 걸로 나오거든요.”
―간단하게,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흡입독성 평가기관이 2곳, 경피·경구독성 평가기관이 10여 곳에 불과하고, 수많은 살생물질에 비해 독성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살생물제법이 통과되고 나면 기업 스스로 위해우려제품에 들어가는 살생물질의 안전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그걸 증명할 기업 인프라도, 검증할 정부의 인프라도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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