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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의 모바일 칼럼]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 막장? 순애보?

입력 | 2017-03-02 18:15:00


고미석 논설위원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큰 며느리 할리 바이든(43)와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47)이 연인 관계이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 커플을 응원하고 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끕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병마에 남편을 잃은 형수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시동생이 사랑에 빠졌는데 시아버지이자 아버지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를 알고 축복해 주었다는 거죠.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진 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헌터와 할리가 큰 슬픔을 딛고 함께 삶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행운이다. 나와 아내는 그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우리도 행복하다.”

남녀 공히 ‘배우자 유고(有故)’ 상태였다니 불륜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도 왠지 낯설고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거슬러 가면 우리나라에도 형이 죽으면 시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형사취수혼(兄死娶嫂婚)’이란 풍습이 있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9대 고국천왕에 이어 그 동생(10대 산상왕)과 재혼한 우왕후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우 왕후는 남편이 죽으면 생존한 형제 중 맏이와 혼인하는 관행을 거부하고 자신과 의기투합한 둘째 시동생을 혼인상태로 택했다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페미니즘 잣대로 보면 ‘주체적 삶’을 살았던 여인으로 볼 수 있겠으나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 와서는 ‘천하 고금에 더러운 행동과 도덕에 위배된 짓을 한 자는 특히 이 한 사람뿐“(동국통감)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구약성경과 아라비안나이트에도 등장하는 ’취수혼‘은 동서고금에 걸쳐 두루 행해졌던 관습이랍니다. 영어로는 ’levirate‘라고 한답니다. 전쟁과 재난이 잦은 시대에 취수혼은 가문의 종족 보존이나 홀로 남은 여성의 생계 보장에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고대사회에서 여성의 재혼이 자연스러웠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취수혼은 영국성공회의 탄생에도 계기를 제공합니다. 숱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영국의 헨리 8세는 여섯 번 결혼하고 두 명의 왕비를 처형했습니다. 그의 첫 왕비가 바로 죽은 형의 아내였던 아라곤의 캐서린이었죠. 6살 연상의 형수와 결혼생활을 하던 중 헨리 8세가 캐서린의 시녀 앤 불린과 사랑에 빠집니다. 당시 교황 클레멘스 7세는 이혼을 불허하지만 헨리 8세는 앤 블린과 결혼을 밀어붙입니다. 이후 로마 가톨릭과 연을 끊고 영국성공회를 세우게 됩니다.

다시 바이든 집안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큰 며느리 할리는 두 자녀, 차남 헌터는 세 딸을 두고 있습니다. 만약에 두 사람이 연인을 넘어 결혼할 경우 가족관계와 호칭에 엄청난 혼란이 예상됩니다. 큰어머니와 삼촌이 하루아침에 새엄마와 새아빠로 변하니 말이죠. 다행히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축복‘을 받은 만큼 앞으로 둘의 관계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결실을 맺게 될까요?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