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남녀 공히 ‘배우자 유고(有故)’ 상태였다니 불륜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도 왠지 낯설고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거슬러 가면 우리나라에도 형이 죽으면 시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형사취수혼(兄死娶嫂婚)’이란 풍습이 있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9대 고국천왕에 이어 그 동생(10대 산상왕)과 재혼한 우왕후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우 왕후는 남편이 죽으면 생존한 형제 중 맏이와 혼인하는 관행을 거부하고 자신과 의기투합한 둘째 시동생을 혼인상태로 택했다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페미니즘 잣대로 보면 ‘주체적 삶’을 살았던 여인으로 볼 수 있겠으나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 와서는 ‘천하 고금에 더러운 행동과 도덕에 위배된 짓을 한 자는 특히 이 한 사람뿐“(동국통감)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구약성경과 아라비안나이트에도 등장하는 ’취수혼‘은 동서고금에 걸쳐 두루 행해졌던 관습이랍니다. 영어로는 ’levirate‘라고 한답니다. 전쟁과 재난이 잦은 시대에 취수혼은 가문의 종족 보존이나 홀로 남은 여성의 생계 보장에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고대사회에서 여성의 재혼이 자연스러웠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바이든 집안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큰 며느리 할리는 두 자녀, 차남 헌터는 세 딸을 두고 있습니다. 만약에 두 사람이 연인을 넘어 결혼할 경우 가족관계와 호칭에 엄청난 혼란이 예상됩니다. 큰어머니와 삼촌이 하루아침에 새엄마와 새아빠로 변하니 말이죠. 다행히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축복‘을 받은 만큼 앞으로 둘의 관계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결실을 맺게 될까요?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