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한국 흔들기’]美무역대표부 “한미FTA 재검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처음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다는 ‘세계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교역을 계속하려면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인 관세를 매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마저 무시하고 있어 분쟁 해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
보고서에 명시된 무역정책 우선순위는 △국가 주권 수호 △미국 무역법의 엄격한 집행 △외국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모든 영향력 동원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협상 등이다. USTR는 “미국 국민은 WTO의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정책과 관련해 미국 주권을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WTO의 분쟁 해결 절차 등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혀 무역분쟁을 양자 협상으로 풀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무역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WTO 산파 역할을 했던 미국이 WTO 체제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USTR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지적하며 한미 FTA 재협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USTR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2016년)까지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560억 원) 감소한 반면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은 130억 달러(약 14조6900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 결과는 두 말 할 것 없이 미국 국민이 이 협정에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협정이 당장 수정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FTA 불균형 조항 때문에 미국이 적자를 본다는 점이 규명돼야만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 미국에 불평등한 조항이 발견되면 미국 측은 농산물, 쇠고기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지식재산권 등의 재협상을 포함해 자국 이익에 맞는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참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FTA를 같이 묶어 한번에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두 사안을 연결해 방위비 분담금은 올려주고 FTA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천호성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