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한국 흔들기’]中 무차별 ‘사드 보복’
“롯데 제재하라” 시위… 파손된 현대차 중국 산둥 성 칭다오의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현지인들이 ‘롯데 제재’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왔다(위쪽 사진). 2일엔 장쑤 성의 한 도시에 주차된 소형 현대 승용차가 파손된 사진도 보였다. 사진 출처 웨이보
○ 관광업계 “중국 단체관광 절반 이상 줄어”
관광업계는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보복 조치를 노골화한 것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한국 관광 상품을 노골적으로 없애는 대신, 여행객 예약을 일단 받아둔 뒤 ‘충분히 인원이 차지 않아 출발할 수 없다’고 일정을 취소하는 식으로 막으라고 방법까지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한국행 항공권 예매 등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별 관광객 수요 확대에 희망을 걸었던 관광업계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항공권 예매마저 어렵다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대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롯데 사탕 통관 금지와 주파수 단속까지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를 괴롭히기 위해 ‘사소한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는 양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일 자국 내 롯데 유통 시설들을 상대로 일제 점검을 벌였다. 베이징(北京)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위생 안전 점검 6건, 소방 점검 4건, 시설 점검 7건 등이 실시됐다.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검험검역국은 최근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나왔다는 이유로 소각 조치했다. 모두 600kg으로 300박스 분량이다. 칭다오 검역국 측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역 절차가 부쩍 강화됐다. 모두 규정대로 하면 제대로 통관될 상품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반롯데 항의 전국으로 확산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장쑤(江蘇) 성 옌청(鹽城)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 식품을 공급해 온 ‘웨이룽(衛龍)상품’이라는 업체가 롯데매장에 대한 상품 공급을 거절한 사진이 올라왔다.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의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롯데를 제재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거나 지린(吉林) 성 장난(江南) 지역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에 선전 포고한 롯데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롯데를 공격하는 사진도 다수 웨이보를 통해 공개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식당은 ‘한국 손님 받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도 내걸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중국에서의 성공은 시장과 소비자에 달려 있다”고 대답했다. 여론을 명분으로 사드 반대 분위기를 방치하려는 것이다.
○ 현대차 훼손 등 다른 분야로 확산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에서 한국 음악 차트만 갑자기 사라졌다. 또한 동영상 사이트인 텅쉰(騰迅) 아이치이(愛奇藝)뿐만 아니라 PPTV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최신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등 한한류도 확대되고 있다.
연일 사드 공세를 펴고 있는 환추시보는 2일 “롯데가 사드 용지를 제공한 것은 주왕(紂王)을 도와 학정을 돕는 것으로 보복당해도 원망할 것 없다”는 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주왕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자 대표적인 폭군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미국이나 한국 당국을 그에 비유한 것이다.
이새샘 iamsam@donga.com·손가인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