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국제부 기자
이웃 인도네시아도 그렇다. 이 나라는 2억6000만 명이 사는 세계 5위의 ‘인구 대국’이다. 인구로 볼 때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며 세계 시장에서 미래 핵심 성장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역시 석유를 포함해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에는 아세안의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에는 뛰어난 ‘스펙’을 갖췄고 성장세도 돋보이지만, 최근까지 두 나라는 한국인에게 관심 국가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인도네시아는 암살 작전을 실행한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인 시티 아이샤의 출신 국가로 오랜만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와 대학같이 글로벌화를 앞장서서 외쳐온 공공 영역에서도 아세안 국가에 대한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해외 공관에서 경제·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만 봐도 그렇다. 재경관은 올해 초 기준 15개국에 총 17명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 중에는 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중국 각각 3명, 유럽 지역 8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대학에서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은 관심 밖이다. 10개 주요 서울 사립대와 10개 주요 국·공립대 중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는 곳은 한국외국어대 한 곳뿐이다.
국제기구와 해외 유명 대학에서 활약하는 한국 인사 중에는 “한국이 같은 아시아권이며, 교역도 활발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것을 북미나 유럽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넓게는 동남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외교 및 정보 활동을 펼쳐 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더욱 증진하고, 나아가 이 지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