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 이젠 보행자 안전이다
《 2017년 동아일보와 채널A의 교통 캠페인이 시동을 켭니다. 2013년 ‘시동 꺼! 반칙운전’으로 시작해 5년째입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집중 보도합니다. 지난달 26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집 앞 골목길에서,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목숨 건 보행을 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선진국의 3배가 넘습니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술에 취해 두 번, 세 번씩 운전대를 잡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차량의 안전은 오히려 뒷걸음쳤습니다. 》
국내 보행안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숫자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로 숨지는 보행자는 한국이 3.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명의 약 3.5배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사망은 39.9%로 가장 많았다. 보행자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교통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보행안전의 ‘3원칙’으로 △보행자 중심의 시설 △사람이 우선인 제도 △보행약자 배려 등을 꼽았다.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량들 사이로 보행자들이 위험하게 걸어가고 있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계속 줄고 있지만 보행자 사망 비율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보행 안전을 위한 시설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특히 인천시는 이면도로 속도 하향으로 사고 발생이 평균 66.4%, 부상자가 평균 87.5% 급감했다. 차량 속도가 보행자 안전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이 전국적인 분석 결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경찰청은 올해부터 도심 제한속도를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본보의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캠페인 중 ‘도심 제한속도 하향’ 제언과 같은 취지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민관 협의체가 처음 구성됐다.
제한속도를 낮추려면 속도 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등 교통시설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연간 18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은 천차만별이다. 지역 간 안전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통 범칙금과 벌금을 교통시설 전용예산으로 쓰는 특별회계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도 보행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 교특법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신호 위반과 중앙선 침범 등 11개 중과실을 저지른 경우 종합보험 등에 가입돼 있어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11개 중과실 가운데 보행자 교통사고는 제외돼 있다.
○ 보행약자 맞춤 정책 필요
도로 폭이 좁은 이면도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와 고령자 같은 교통약자는 사고 위협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3년(2013∼2015년)간 어린이 보행자 사망의 약 60%가 폭 9m 미만의 도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1만6355개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있지만 학교 주변에만 설정돼 통학로 전체를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