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2>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녹취 오류로 인해 유승민 의원의 실제 발언과 다른 부분이 있어 기사를 일부 수정해 올립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왼쪽)이 5일 방영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청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 시대에 보수로서 지켜야 할 국가안보와 헌법 가치, 무너져 내리는 공동체는 확실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5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2015년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고 공천에서 배제되는 등 ‘핍박’을 받은 게 오히려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한 반박이다.
○ “‘아바타 대통령’ 시대 끝내자”
그는 “제가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자신은 못 하겠다”고 했다. 이어 “만약 대통령이 돼 인사를 한다면 혼자 좋아서 ‘시켜’ 하지 않고 조용하게든 공개적으로든 인사 검증을 다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트라우마 때문이냐’는 패널의 질문에는 “대통령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스타일이 박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지적에는 “박 대통령은 연설문을 직접 안 쓰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이어 “대통령은 남이 써주는 연설문을 대신 읽고, 남이 만들어 주는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그냥 설렁설렁하고 기자회견 하면 ‘그만 물어라’ 커트하고 그런 대통령 시대는 이제 좀 끝내자”고 말했다.
○ “내가 바로 ‘똑게’ 스타일”
유 의원은 한번 원칙을 세우면 좀처럼 굽히지 않는 성격에 여의도에서 ‘까칠남’으로 통한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원내대표 잘릴 때 인상 쓰는 모습이 TV에 나갔고, 지난해 총선 때 공천학살 당한 사람이 실실 웃고 다닐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 스스로는 “술 마시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고 자평했다. ‘최고의 리더는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가 아니라 똑게(똑똑하고 게으름)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는 “제가 바로 ‘똑게’ 스타일”이라고 했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주장이다. 또 “저는 토론 과정을 좋아하고 반대 의견도 꼭 듣는 대신 한번 결정되면 밀어붙이는 건 누구보다도 강한 편”이라고 ‘소통’을 부각했다.
2002년 ‘이회창 대선’, 2007년 ‘박근혜 경선’에서 실패하는 등 정치인생 17년 동안 성과가 별로 없다는 지적에는 “제 선거는 이제까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온갖 (의원 출신) 장관들을 (의원총회에) 보내 반대표를 던지게 했는데 이겼다”고 말했다. ‘배신의 정치’ 발언을 낳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선 “야당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통과시켰고 최소 50, 60점은 된다”고 평가했다.
○ “칼퇴근, 육아휴직 3년은 성장공약”
유 의원은 ‘복지와 성장 중 하나를 꼽으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성장을 택했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육아휴직 3년’이나 ‘칼퇴근’ 공약은 성장과 관련이 있다. 복지 공약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칼퇴근이 실현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10년째 110조 원 이상 퍼부어도 출산율이 꼼짝하지 않고 있다”며 “해결을 빨리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그냥 없어지는 심각한 문제”라고 저출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유 의원이 일자리 전략으로 내건 ‘혁신성장’이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에는 “취지는 거의 다를 바가 없다”면서도 “창업과 중소기업이 잘되려면 재벌의 횡포를 막아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재벌에 17개 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을 맡겨버렸다”고 비판했다. 다만 “센터는 좋은 인프라인 만큼 폐지하지 않겠다”며 “지방의 연구소나 대학, 젊은이들이 운영하도록 정부는 지원만 해주고 재벌은 아예 손을 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새로운 일자리가 팍 생기진 않는다”면서 “대기업의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 수준을 올려 (청년 구직자가) 더 올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연 15%씩 인상해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여건이) 열악한 소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을 올리고 그 대신 국가가 4대 보험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