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3월 2일자 환경면 ‘주목 로컬 이슈’에 문경시 굴봉산 습지 관련 내용을 실었습니다. 2011년 환경부 생태·경관우수지역발굴조사를 통해 보전가치를 처음 확인한 이곳은 국내에 단 한 곳뿐인 ‘돌리네’ 습지입니다. 기사에도 소개했지만 돌리네(doline)란 석회암이 용식되며 만들어진 접시 모양의 움푹 파인 웅덩이를 이르는 학술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물이 차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아주 희귀하게 물이 고여 습지를 이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경시 굴봉산 습지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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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총 41곳의 습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습니다. 대부분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한다고 해서 생태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곳들입니다. 생태 가치 외 우수성을 인정받은 곳은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은 강원 영월군 ‘한반도 습지’ 정도라는데요. 문경시 굴봉산 습지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지질학적 가치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거의 유일한 습지라고 합니다. 물이 빠져야 할 석회암 지형에 수위만 2.9m에 이르는 물이 고여 습지를 이루었기 때문이죠. 환경부도 2012년 발표 당시에는 의욕이 넘쳤던 듯합니다. 발굴조사 발표 당시 돌리네 습지를 가장 위로 올려 크게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약 6년간 습지에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40만 ㎡가 넘는 사유지였을 겁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면 이걸 다 매입해야 하는데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겠죠. 우물쭈물하는 새 땅 소유주들이 습지 중앙으로 콘크리트길을 냈습니다. 길 양쪽으로 사과밭과 오미자밭이 들어섰고, 습지는 나날이 말라갔습니다.
2일자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사가 나가고 3일 습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원래 예정된 설명회지만 마침 기사가 나간 다음날이기도 해서 궁금한 마음에 문경시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다행히 성황리에 끝났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70여 명 정도 예상한 설명회에 그 두 배가 넘는 150명이 참석했고, 땅 소유주와 지역주민은 물론 환경부 관계자와 국회의원까지 자리해 보호구역 설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전에 없이 들뜬 시청 관계자의 목소리에서 흥분과 기쁨이 묻어났습니다.
기사가 희귀습지 한 곳을 살리는 데 역할했다는 생각에 종일 뿌듯했습니다. 굴봉산 습지에는 수달, 담비, 삵, 붉은배새매, 새매, 구렁이 등 총 6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비롯해 7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자연이 여러 악조건을 뚫고 석회암 지대에 이런 수백 종의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습지를 만든 데는 분명 뜻이 있었을 겁니다. 그 뜻을 함께 지키고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에 후일담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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