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밴덴헐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년 전의 빚을 되갚는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이 4년 전 당한 악몽을 설욕할 기회를 만났다.
네덜란드의 헨슬리 뮬렌 감독은 6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마지막 훈련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7일 한국전 선발투수를 “릭 밴덴헐크(32·일본 소프트뱅크)”로 공식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로써 한국의 우규민(32·삼성)과 1985년생 동갑내기 선발투수 매치업이 성사됐다.
네덜란드는 당시만 하더라도 ‘축구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야구와는 거리가 있는 나라로 평가돼 왔지만, 2013년 WBC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전 승리가 행운이 아닌 실력이었던 셈이다.
4년 만에 만난 네덜란드는 더 강해졌다. 4년 전 한국전에 나섰던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조너선 스쿠프(볼티모어), 잰더 보가츠(보스턴) 등은 당시 유망주였지만,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지난해 빅리그에서 20홈런을 친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도 이번 WBC에 참가했다.
특히 상대 선발투수가 밴덴헐크여서 부담이 더 커졌다. 밴덴헐크는 삼성 시절이던 2013년 7승9패 방어율 3.95로 평범했지만 2014년 13승4패 방어율 3.18로 맹활약했다. 이듬해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로 진출한 뒤 지난 시즌 중반까지 14연승 무패 가도를 달리며 NPB 역대 외국인투수 데뷔 후 최다연승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밴덴헐크는 지난달 27일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도중 열린 KBO리그 두산과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벌써 최고구속 153㎞를 찍었다. KBO리그에서 뛸 때는 던지지 않던 포크볼까지 장착해 한층 더 진화했다는 평가다.
김인식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밴덴헐크에 대해 “국내리그에서도 많이 던졌고 일본리그에서도 던지고 있고 안다”면서 “1년 동안 100여 게임 하면서, 상대를 알아도 당할 수도 있고 오히려 잘 알아서 좋을 수 있다”는 말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과연 한국이 4년 전 패배를 설욕하고 2라운드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까. 7일 오후 6시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결전의 막이 오른다.
고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