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앞으로 다가온 탄핵결정 지금은 갈등하지만 심판 결과 모두가 받아들이면 촛불-태극기 분열 봉합하고 위기 극복하는 단초가 될 것 사회적 대타협 위해 대통령이 먼저 ‘승복 선언’ 밝혀야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제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갈등, 김정은의 호전성 증대 등으로 외교 및 안보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 침체 및 소득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념적 세대 간 갈등구조가 증폭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의 부재가 더욱 심각한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국민 상호 간에 내재되어 있는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요소를 확대재생산했다. 여기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기름을 부어 일조를 했다. 촛불시위의 순수성과 정당성이 태극기시위에 의해 도전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대통령 탄핵 문제가 중심이던 시위가 국가적 가치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촛불시위가 직접민주주의 기치를 들고 ‘적폐 청산’ 등을 외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산업화 세대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석기를 석방하라’ 또는 ‘종북좌파 빨갱이’ 등의 색깔론이 기회주의적 집단에 의해 주장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양측의 절대 다수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국가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치가 오늘날 성공국가의 견인차로서 동시에 수용될 수 있다면 탄핵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적 화합이 가능할 것이다.
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 헌법 수호를 서약한 국가지도자로서 헌법 지킴이의 첨병인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탄핵 결정에 따른 국민의 분열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당면한 국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매진하자고 호소하는 것은 애국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억울하게 ‘엮였다’고 비공식 채널을 통해 주장하고 생일 ‘러브레터’에 감사 답변하여 박사모를 간접적으로 부추길 수 있다. 대면조사 약속 파기나 헌재 참석 진술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시라도 국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 진정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사회 원로와 정치지도자들이 승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국민적 호응을 얻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국민들의 감정의 골이 깊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해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탄핵소추안의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나선다면 효과적으로 승복을 위한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되는 것은 더더욱 불행한 일이다. 개인적 명예와 권력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용기 있고 지혜로운 결단이 최순실 국정 농단과 탄핵사태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했으면 한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