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계좌유지 수수료’ 시행
○ 1000만 원 미만 통장엔 월 5000원 부과
7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8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계좌를 새로 만들면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달 마지막 영업일에 총수신이 1000만 원 미만이면 수수료 5000원을 내는 식이다. 다만, 해당 월에 영업점 창구에 가지 않고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거래하면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적금이나 대출, 펀드, 신용카드 등과 연결된 계좌나 19세 미만이거나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개설한 예금계좌도 수수료 면제 대상이다. 기존에 거래가 있었던 고객에게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은행권에서는 계좌유지 수수료의 예외 조항이 많아 실제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씨티은행 측은 계좌유지 수수료를 통해 모바일 등 온라인 거래를 유도하고 사용하지 않는 계좌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현정 씨티은행 차장은 “은행을 통해 적금, 펀드, 카드 등 상품에 가입하면서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고객을 늘리고, 디지털 채널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계좌유지 수수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수수료 현실화’ 공감에도 확대 전망은 불투명
씨티은행의 ‘수수료 실험’에 금융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수수료는 은행들의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은 예금과 대출에서 자산관리(WM)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선택과 집중’의 의미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은행 수수료는 전 세계적으로 낮아 현실화하지 않으면 결국 금융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지금까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저금리 등 영업환경 악화로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새로운 비용 부과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체, 송금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저금리 시대에 예대마진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수수료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씨티은행의 실험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C제일은행은 2001년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했다가 4년 4개월 만에 폐지했다.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노력 대신 손쉬운 ‘수수료 장사’에 나선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 이동이 쉬워진 마당에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계좌유지 수수료가 다른 은행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