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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는 없다’ 서건창, 엘리트 2루수를 바라본다

입력 | 2017-03-08 05:30:00

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5회말 1사 1,2루 서건창이 동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2루수 서건창(28·넥센)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조차 받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다. 2008시즌 LG에 입단할 때도, 군 복무를 마치고 2012시즌 넥센에 재입단할 때도 그의 신분은 세 자릿수 등번호(111번)를 단 육성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차세대 국가대표 2루수로 발돋움할 준비까지 마친 모양새다. 타고난 기량을 자랑하며 프로 입단 전부터 주목받던 ‘금수저’가 아닌, 절실함 하나로 똘똘 뭉쳐있던 흙수저의 반전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만하다.

WBC 대표팀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인생 첫 태극마크의 의미

서건창이 쓴 ‘육성선수 신화’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군 복무 기간에도 쉴 틈 없이 배트를 휘두르고 체력을 기르며 입단테스트를 준비한 덕분에 꿈에 그리던 KBO리그 구단의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풀타임 첫해인 2012시즌 신인왕과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2014시즌 타격왕(타율 0.370)과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01개)을 작성하며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골든글러브도 3차례(2012·2014·2016년)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시즌에는 넥센의 주장을 맡아 팀을 3위로 이끌며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이번 WBC 최종엔트리 합류는 서건창의 야구인생에 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다 가진 남자’가 된 것이다. 최종엔트리 합류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내 야구인생에 한 획을 긋고도 남을 일”이라던 서건창의 말은 진심이었다. 청소년대표조차 경험하지 못했던 그였기에 태극마크가 주는 의미는 대단히 컸다.

WBC 대표팀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엘리트 2루수가 보인다!

대표팀의 2루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정근우(35·한화)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며 ‘국가대표 2루수’라는 이미지를 각인했다. 올해 28세인 서건창은 정근우의 자리를 이어받을 적임자로 꼽힌다. 6일 이스라엘과 대회 1차전에서는 2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힘찬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서건창 혼자 야구했다”는 표현도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밀어치기 능력을 입증한 것도 의미가 크다. 좌타자로서 디셉션(숨김동작)이 좋은 좌완투수의 공을 밀어쳐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중요한 요소인데, 6일 이스라엘 3번째 투수 제레미 블라이시를 상대로 터트린 1타점 적시타가 좋은 예다. 이는 환경에 관계없이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수비에도 안정감을 더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2루수를 발굴한 자체가 큰 수확이다. 엘리트 2루수를 향한 서건창의 행보는 모두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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