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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피임·성추행 대처법…진보적 초등 성교육 교재에 ‘발칵’

입력 | 2017-03-08 16:58:00


사진=웨이보

“어떤 사람들은 같은 성별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또 이성애자,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양쪽 성별에게 모두 끌리는 양성애자도 있습니다.”

“성병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성애자, 동성애자 모두 콘돔 착용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에서 새로 배포된 한 초등학생 성교육 교과서의 내용이 기존과 다른 ‘진보적’인 내용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중국 영자매체 상하이스트는 최근 베이징사범대학교 출판부가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교과서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항저우의 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의 교과서를 웨이보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교과서 2학년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양성평등에 관해 배우며, 자신의 꿈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친다. 교과서에는 “여성들은 훌륭한 경찰관이 될 수 있고 우주비행사도 될 수 있으며, 남성들은 간호사와 유치원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씌어 있다.

아기가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해서는 아빠와 엄마가 사랑을 나누고 수정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웨이보

낯선 사람뿐만이 아닌 친척과 잘 아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적절하게’ 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과 함께 만화 형식으로 상황을 구성해서 넣었는데, 삼촌이 “예쁘게 자랐구나. 새 옷을 입혀줄 테니 티셔츠를 벗어 볼래?”라고 말하면 조카는 “감사하지만 혼자서도 옷을 입을 수 있어요. 부모님이 부엌에 계시니 가서 도와드려야 해요”라고 말한다. 또 이모가 “많이 컸구나. 얼마나 컸는지 바지를 벗어서 나한테 보여 주겠니?”라고 말하면 “싫어요. 이제 집에 갈 거예요”라고 조카가 답하는 식이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원치 않는 스킨십을 시도하면 부모에게 이를 알려야한다며, 성범죄자는 남성 혹은 여성일 수도 있다고 했다.

4학년 과정서부터는 동성애도 다뤘다. 교과서는 “어떤 사람들은 이성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동성에게 끌린다. 양성 모두에게 끌리는 양성애자도 있다”며 “모두 괜찮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어느 쪽을 지향하든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현재’ 허용되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합법이다. 이들 모두 부모가 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내용도 있다.

사진=웨이보

특히 5학년 과정에서는 성병 감염에 대해 배우며 “콘돔은 성병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림과 함께 이성애자, 동성애자 모두 성관계를 가질 경우 콘돔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 생활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람들은 독신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선택한다.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의 권리이며 누구나 이를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된 뒤 큰 논란거리가 됐다. 기존에 비해 파격적인 내용 탓에 “실제 교과서가 맞느냐”는 이들도 나왔다.

웨이보에 해당 교과서 내용을 올렸던 학부모는 “교과서를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옳은 일이냐, 보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진다”고 했다.  이에 일부 웨이보 이용자들은 “책의 설명이나 그림이 어린 자녀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성관계를 갖는 남성과 여성의 그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부모 의견에 동의했다.

반면 틀에 박히지 않은 성교육 교재 등장을 환영한다는 이들도 있다. 한 의사는 웨이보를 통해 “이 교과서가 너무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은 자기가 실패한 성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는 셈”이라며 “성교육은 아이들은 성적 학대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숨김없이 드러내 가르칠 때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구시보는 “중국 어린이들은 자랑스러워 할만한 성교육을 받게 됐지만, 아직 사람들은 이를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교과서 그림을 어른들 관점에서 보지 말고 순수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출판한 베이징 사범대 출판부는 “교과서는 출판 전 엄격한 심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의 한 중학교 성교육 교과서는 결혼 전 성관계를 가진 소녀들을 ‘타락했다’고 표현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