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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중국은 본래 그런 나라다

입력 | 2017-03-09 03:00:00

大國답지 않은 사드 보복이 패권적 중화질서의 본색이다
사드 번복 시사한 野대선주자, 사드 불가피성 못 밝힌 정부, 저자세 외교로는 능멸 자초할 뿐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고 한미동맹 차원의 대처 조율하라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다. 보복 범위를 ‘한한령(限韓令)’에서 롯데그룹의 중국 내 영업과 중국인의 한국 관광으로 확대하면서도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법 집행과 업계의 자발적 조치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의 빌미를 찾으려 부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비겁한 잔꾀다. 아직 우리 상품의 수입 규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역에서는 우리가 갑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수출상품의 95%는 중국의 수출산업을 지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소재와 부품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금도와 이성을 상실하고 치졸함과 오만의 한계를 계속 경신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중국은 본래 그런 나라다. 그간 동아시아의 전략적 게임에서 우리를 중국 편에 끌어들이려고 공들여 구애하던 친절한 가면 뒤의 민낯과 본심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뿐이다. 패권적 중화질서의 본질은 주변국에 대해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 주권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만 탓할 일은 아니다. 중국에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 화를 키웠고, 이를 조장한 것은 국내 정치와 국론 분열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하는 데서 중국은 번복의 희망을 볼 것이다. 집권 후 번복할 생각이 없다면 집권하자마자 중국과 대립할 ‘뜨거운 감자’를 떠안겠다고 자청할 리가 없고, 한중 관계의 악재를 현 정부 임기 내에 털어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중국에 몰려가 보복을 자제해 달라고 비굴하게 부탁한 것도 보복의 신통한 효과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더 강도 높은 보복을 청탁한 셈이 되었다.

정부의 어설픈 대처도 문제를 키웠다. 사드가 불가피한 이유는 한중관계가 밀월을 누릴 때 설명했어야 한다. 북한이 일정 시한 내에 비핵화 결단을 내리고 구체적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부득이 사드 배치를 포함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데 필요한 모든 자구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상회담 때마다 중국 측에 분명히 해두었다면 이토록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가 중국을 계속 설득해 보겠다는 것도 안이하고 군색하기 짝이 없는 자세다. 우리와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나라에 5000만 국민의 생사와 안위가 걸린 문제를 놓고 발언권을 허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다. 협의와 설득이 아니라 사전에 통보하고 관심이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안일 뿐이다.

우리가 약소국이란 이유만으로 중국이 얕잡아 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처럼 경제적 사활을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로 온 국민이 하나 된 나라라면 감히 시비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야당과 정부의 저자세는 중국의 능멸과 더 큰 보복을 자초할 뿐이다.

중국의 몽니에 대한 해법도 국내 대선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첫째, 대통령 선거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고 임시 가동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이 무거운 짐을 떠넘기지 말고 새 정부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바탕 위에서 한중관계를 리셋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도 모호하고 무책임한 입장을 버려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 차원의 자위적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간주하여 대응하도록 한미 간에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끝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와 중국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중장기적으로 줄여 나가고 우리와 안보 우려 및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베트남 인도 등으로 투자와 무역을 다변화해 가야 한다. 안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와는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안보와 경제 간 상호 보강효과를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제적 의존도가 안보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안보를 둘러싼 충돌은 사드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안보적 이익을 위해 언제든 경제적 압박수단을 동원할 국가라는 전제 아래 민간기업들도 중국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적극적인 헤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엘도라도가 아니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