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신사업 확대 전략 중 하나로 최근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CVC)이 주목받고 있다. CVC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측면에선 일반 벤처캐피털(VC)과 같지만 주로 모기업의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성향이 강하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급변하는 기술 환경으로 인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들어 CVC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CVC 전략이 자체 연구개발(R&D)에만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개방형 혁신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 CVC 전략은 피투자 기업(스타트업)이 보유한 혁신 기술을 통해 투자 기업(모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CVC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가능한 한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즉,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수록 모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지식의 양도 계속 늘어날까? 최근 미국 링컨 네브래스카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CVC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R&D를 추구하는 것보다 저렴하며 낮은 리스크로 다양한 기술들을 탐색하고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CVC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CVC 투자는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전달받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