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산업부 기자
롯데마트는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도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상황을 취합할 수 있는 한국인 직원이 2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인 직원이 적다는 의미다.
롯데마트 중국 4개 법인의 법인장은 모두 중국인이다. 현지 법인과 롯데슈퍼를 포함해 중국 112개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 1만3000여 명 중 한국인 직원은 달랑 9명이다. 롯데그룹 전체로 봐도 중국 현지 2만여 명의 직원 중 90%는 중국인이다. 그룹 관계자는 “중국 법인은 중국 회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무역은 상호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일방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한국 수출액은 957억 달러(약 111조 원)로 중국의 수출대상국 순위 4위다. 또 중국의 최대 수입 의존국은 한국이다. 단기적으로 한국이 잃을 게 많겠지만 경제 보복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외신들도 이 점을 지적한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시니어 디렉터는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중국은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투자하라고 이웃나라의 등을 떠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국제사회 규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드 사태 이전에도 중국은 글로벌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았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데도 높은 비관세 장벽과 허술한 지식재산권 보호로 도마에 오르곤 했다. 이참에 중국에서 손 털고 나와 동남아 시장으로 눈 돌리자는 한국 기업도 적지 않다. 이마트는 중국 점포 수를 27개에서 현재 7개까지 줄였다. 그 대신 베트남, 몽골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홈쇼핑업계도 다른 시장 개척에 더 열심이다. 장사가 된다 싶으면 합작한 중국 파트너들에게 지분을 거의 강탈당하다시피 빼앗긴 경험들 때문이다.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면서 중국만 홀로 잘사는 방법은 없다. 자국에 투자한 민간 기업을 협박하고 괴롭히며 이를 외교력이라고 과시하는 중국의 억지 보복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