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헌재 선고후 머물 거처 준비중
23년간 머문 사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私邸). 484㎡ 땅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17.35㎡ 건물로 1990년 박 대통령이 약 10억 원에 매입했다. 2016년 공직자 재산공개 기준 25억3000만 원이다. 동아일보DB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박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저를 매각하고 경기도 모처의 새 사저로 옮길 방침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 1990년부터 2013년 2월 25일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23년 동안 거주했다.
삼성동 사저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와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사저와 주변 건물의 매물 시세를 파악하고 갔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30, 40대 남성 3명이 사저 등 인근 건물 5곳의 가격을 묻고 갔다”면서 “그중 매물로 나와 있는 한 곳은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경호동으로 쓰였던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사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3층 이상 건물을 찾았다. 중개업소 사장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고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탄핵심판의 결론은 알 수 없지만 청와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청와대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경우를 대비해 삼성동 사저의 거주 및 경호 여건을 검토했는데 박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박 대통령이 여기로 돌아오면 시위로 주변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민 우모 씨는 “사저 주변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경호동으로 지정되면 억지로 방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있는 충청 지역 등에 새 사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주로 생활해 온 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경기도 모처에 새 사저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매각하고 새 사저로 옮기기 전까지 천주교나 불교 등 종교 시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청와대는 삼성동 사저 자리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한 기존 계획을 그대로 실행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1983년에 지어져 노후화된 삼성동 사저를 허문 뒤 박 대통령과 비서관들이 머물 방과 사무실이 있고 전직 대통령 경호·경비에 적합한 새 사저와 경호동을 신축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내년 2월 박 대통령 퇴임에 맞춰 입주할 수 있도록 예산과 설계도를 마련해 뒀다.
삼성동 사저는 박 대통령과 정치 일생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1990년 서울 중구 장충동 집을 매각하고 삼성동 사저로 이사한 뒤 1997년 정계에 입문했고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