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혁 기자의 축구생각]中 “한국축구, 오기만 해봐라”

중국의 사드 보복 태풍이 거세다. 그 풍랑의 바다로 ‘슈틸리케호’가 출항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른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감정이 바짝 상한 양국 축구팬들에겐 승리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즐길 절호의 기회다. 1일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발매된 한국-중국 경기 1차분 티켓이 불과 15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 가격은 좌석 위치에 따라 180위안(약 3만 원)에서 최고 1280위안(약 21만 원)에 이른다. 중국축구협회는 한꺼번에 티켓을 발매할 경우 암표가 급격히 유통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판매 시기를 나눠 2차, 3차 발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만큼 이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경기가 열릴 창사가 ‘건국의 영웅’ 마오쩌둥의 고향이란 사실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궈쭈푸디(國足福地)’로 더 유명하다. 중국 축구대표팀의 ‘약속의 땅’이란 뜻이다. 2005년 이후 중국 대표팀이 창사에서 무패(4승 4무)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사는 지난 12년간 광저우, 쿤밍, 우한과 함께 A매치가 가장 많이 열린 도시가 됐다. 창사 시 당국은 최근 7000만 위안(약 116억 원)을 들여 경기장을 새로 단장하며 중국 전역의 열혈 추미(球迷·축구팬)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현역 시절 중국의 간판 미드필더였던 리톄 중국대표팀 코치는 “창사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해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해 ‘타도 한국’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 전 주말 프로축구 일정을 비워놓고 열흘가량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다른 중국발 악재도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중국 프로축구의 외국인 출전 규정이 종전 5명에서 3명(보유 5명은 불변)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주말 중국 리그 소속 한국 선수 10명 중 경기에 나선 건 4명뿐이었다. 팀마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특급 공격수 위주로 외국인 구성을 짜다 보니 수비수가 주 포지션인 한국 선수들이 출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6명 중에는 국가대표인 김기희(상하이 선화)와 장현수(광저우 푸리)도 포함돼 있다. 가뜩이나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가 주전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대표팀의 한 축인 ‘중국파’마저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경고 누적으로, 이재성(전북)도 부상으로 한중전에 출전하지 못해 슈틸리케 감독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중국 방문경기는 월드컵 예선 최대 고비로 꼽힌다. 가뜩이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악화되는 한중 관계로 인한 미묘함까지 겹쳤다.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장치혁 채널A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