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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경임]안보 앞에서도 두동강 난 한국정치

입력 | 2017-03-09 03:00:00


우경임·정치부

최근 외교 당국자들에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을 물었다. 한숨부터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의 조치를 제소하더라도 정부가 은밀하게 개입했다는 점을 증명하긴 어렵다. 최종 결정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중국과의 전면전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중국은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한국 내에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이 높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가 미국에 땅을 빌려주느냐”며 노골적으로 압박한다고 한다. ‘한국을 조금만 더 흔들면 사드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은 ‘공격용’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용인하면서 ‘방어용’인 사드는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해야 한다”며 이율배반(二律背反)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서 벌거벗은 한국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 앞세우는 모습이다. 외교 당국자는 “아무리 ‘사드는 자위적인 방어 조치’라고 설득해도 중국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드 한반도 전개가 시작된 이튿날인 8일, 한국 정치권은 두 동강이 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조속한 사드 배치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정부, 언론, 연구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 외교에 맞서야 하는 한국 외교는 선장도, 움직일 동력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공세에 대한 대비에 소홀했던 정부와 여당의 잘못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야당의 일방적인 비판은 중국과의 외교전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대선용 배치이자, 차기 정권에서 논의조차 못 하게 만들겠다는 알박기 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사드 전개를 두고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혀 안보와 경제를 비롯한 국익 전체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외교 무대에서 한국 같은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단합된 국론이 외교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유력한 대선 주자이기 때문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조언이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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