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기자의 을(乙)로 사는 법]<3>퇴근 후 ‘카톡 감옥’ 없애려면
유성열 기자
퇴근은 대중없습니다. 오후 8시 정도면 일찍 퇴근하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을 합해 하루에 최소 4시간씩 초과 근로를 하는 셈이지만, 수당을 신청해 본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합니다. 4시간 정도는 초과 근로로 치지도 않는 겁니다.
○ 퇴근 후 ‘카톡 감옥’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다가 상사의 카톡이 울리면 가족의 눈치를 살핀 뒤 슬그머니 확인하고 “넵!”이라고 답을 남깁니다. 처음에는 밤에 연락하는 게 불편하고 화도 났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다만 A 씨는 후배들을 위해 가급적 퇴근 후에는 카톡을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장의 지시를 전달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카톡을 보내기도 합니다.
A 씨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거는 업무량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퇴근 후만이라도 회사와 상사들로부터 완벽히 단절되고 싶다”고 하소연했습니다.
A 씨처럼 퇴근 후에도 ‘카톡 감옥’에 빠져 있는 근로자는 얼마나 될까요.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740명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급한 업무로 연락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42.2%에 불과했고, 55.4%는 습관적인 연락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55.2%는 정시 퇴근, 즉 ‘저녁이 있는 삶’을 가장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실천되지 않는 항목(40.5%) 역시 정시 퇴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절반(50.2%)은 퇴근시간 이후 2시간 이내에만 퇴근하면 야근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많은 근로자가 하루 2시간 정도의 초과 근로에 대해서는 초과 근로가 아닐뿐더러 아무 보상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시 퇴근이 어렵다면 퇴근 후 카톡 감옥이라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카톡 감옥을 없애려면 일단 갑(甲)의 위치에 있는 상사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을 때만, 필요한 사람에게만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다음 날 지시할 일을 전날 밤에 지시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까먹을까봐 걱정이 된다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메모 기능을 활용해 저장하면 됩니다. 특히 한 명에게 지시할 일을 굳이 단톡방에서 지시하는 습관도 버려야 합니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기면 다른 부하들까지 보고 같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카톡 말고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카톡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읽고난 뒤에도 반응이 없으면 무시당했다고 느끼기도 하고, 읽지 않을 경우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직장 선후배 관계에서 이런 ‘감정 노동’이 벌어진다면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SMS는 단톡방, 채팅방이 없고 메시지를 하나씩 주고받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덜합니다. 문자를 받은 즉시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카톡이 아닌 SMS만으로도 퇴근 후 업무 지시나 조율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단톡방을 업무 시간에만 만들고 운영하다가, 저녁에는 없애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 부처의 많은 국장이 요즘 이런 방식으로 단톡방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업무 시간에는 단톡방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퇴근 후에는 자기가 먼저 나가는 방법으로 단톡방을 없애서 후배들이 카톡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