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禪스승 노먼 피셔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 설립자 방한
8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미국의 선수행자 노먼 피셔는 “한국 젊은 세대에서 ‘혼밥’ ‘혼술’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삶이 수많은 사람과 만물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명상을 통해 깨달으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진일보한 컴퓨터에서는 우리 의식의 모든 것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 다했을 때는 의식을 로봇에 이식하고, 또 다른 몸을 받아서 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면 죽음이란 것도 없고, 인간도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길이 필요합니다. 그 길은 침묵과 사랑입니다.”
피셔는 1995∼2000년 미국 불교의 발원지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의 주지를 지냈으며 2000년에는 ‘에브리데이 선’ 공동체를 설립해 선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비즈니스, 법률, 테크놀로지, 호스피스 프로젝트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선불교를 적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피셔는 선 수행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청년 시절 히피 문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부모님 세대의 문화를 더 이상 따를 수 없고 우리 스스로가 뭔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 수행에서 자연스럽게 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선불교를 수행해 온 사람으로서 아시아 국가에 올 때마다 ‘내가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피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한 질문에 “사람이 먼저”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간만이 우선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식물도, 공기와 물도, 산도 모두 퍼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