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상 수사받을 땐 사표 수리 못해… 檢 “전과조회 안나와 절차대로 처리”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검찰수사관을 의원면직(사표 수리)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8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최모 씨(54·6급)의 뇌물수수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최 씨는 2015년 한 지청에서 근무하면서 담당 사건의 고소인 A 씨로부터 약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비리를 저지른 동업자를 고소한 뒤 담당인 최 씨에게 현금 수백만 원이 든 봉투를 수차례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청탁성이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최 씨가 근무 중인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 지휘를 내리고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있는데도 검사가 영장을 반려한 걸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장 반려 며칠 후 최 씨는 사표를 냈고 검찰은 이를 수리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착수 사실을 최 씨 소속 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과 조회를 하면 입건 여부가 확인되는데 당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진행했고 압수수색 영장까지 신청한 사건”이라며 “검찰이 경찰의 수사 여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최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이 같은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 사례를 파악 중이다. 최근에도 경찰이 검찰수사서기관(4급)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데 검찰이 이첩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협의회를 통해 검찰 측에 시정조치를 요청해 부당 수사지휘 사례 재발을 예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