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수다①] 윤종신 “모든 음악은 역주행해야 정상…실시간차트 말도 안돼”

입력 | 2017-03-10 06:57:00

윤종신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내내 자신의 생각을 쉴 새 없이 들려줬다. 창작의 고통을 오히려 즐기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가수 겸 프로듀서 겸 제작자 윤 종 신

모든 음악은 순위 역주행 해야 정상
선별 과정없는 실시간 차트 없애야
음원 공개 플랫폼 ‘리슨’ 프로젝트
그저, 음악으로만 사랑 받자는 시도

MBC 출신 여운혁 PD 영입
방송프로그램 구상…물론 영화도!

최종 목표요?
언젠가 구글서 연락오는 것! 하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윤종신(48)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24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부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제작. 심지어 각 콘텐츠에 적합한 플랫폼까지 개발해 구축하고 있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윤종신은 할 말도 많아 보였다. 2시간 남짓은 턱없이 부족했다. 윤종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1박2일도 거뜬할 것 같았다. 그만큼 그에겐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윤종신은 농담을 섞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보면 언젠가 구글로부터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동안 ‘수다’에 집중해온 ‘여기자들의 수다’는 어느새 ‘대담’으로 흘렀다. 윤종신을 초대한 덕분이다. 1990년 데뷔해 27년간 한결같이 사랑받는 창작자인 그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태생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려는 ‘리슨’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는 신이 난 듯 좀처럼 말을 끝맺지 않았다.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속 깐족대는 모습은 일부일 뿐이다.

-좀 피곤해 보인다.

“어젯밤에 회사 MC팀과 회식하면서 술 한 잔 했다. (서)장훈이, (김)영철이랑 마셨다. 서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만들면 좋은지, 주로 그런 얘기 한다.”

-하는 일이 많아 바쁠 텐데.

“그래도 술 마시고, 할 건 다 한다. 하하!”

-요즘 가장 중점을 두는 일은 뭔가.

“‘리슨’ 프로젝트다. 음악 한 곡을 내는 과정에서 마케팅이 과열되다보니 이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까지 왔다. 음악 잘 하는 친구들은 많은데 그 음악을 알리는 게 너무 어렵다. 뮤지션은 음악이 전부이지 않나. 가수 한 명 알리려 오래 준비하고, 한 곡 내고 숨고르기 하고. 고민의 연속이다. 이젠 대중도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 것 같다. 실력 있는 가수와 노래를 좀 더 손쉽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시작했다. 오직 음악으로만 사랑받는 방법을 찾는 시도다.”

‘리슨’은 2017년의 윤종신을 상징하는 단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음악 플랫폼이다. ‘저스트 오디오’(Just Audio)를 목표로, 듣는 음악을 중심에 둔다. 시기를 따지지 않고, 바로바로 음원으로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시간은 물론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자는 시도다. 기성은 물론 신인 등 덜 알려진 음악인이 참여하는 다양한 노래를 소개한다.

-그런 방식을 주위에선 반대하지 않나.

“처음엔 다들 이해 못한다.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모든 사람이 고개 끄덕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애초에 없다. ‘리슨’도 100곡 정도가 모여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다.”

-‘리슨’을 구상한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2010년 ‘월간 윤종신’을 시작한 뒤 아이디어를 얻었다. ‘월간 윤종신’도 철저한 ‘노 마케팅’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붙어서 가수 한 명을 스타로 만들려 한다. 사실 대부분 들어간 비용을 제대로 회수하지도 못한다. ‘월간 윤종신’으로 매월 음원을 출시하지만 그 음악들은 온라인 음원차트에 없다. 진입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나는 잘 살고 있다.”

가수 윤종신.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월간 윤종신’은 윤종신이 2010년 3월 시작한 프로젝트다. 매월 다른 가수들과 협업한 곡을 발표하고 이를 한 데 묶어 연말에 한 장의 앨범을 출시하는 형식. 가수 유희열, 김연우, 박정현, 김필, 타블로까지 개성이 다른 가수들이 협업해왔다.

-실시간 음원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몇 만명의 팬덤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실시간 차트 1위는 꿈도 못 꾼다. 음원을 밤 12시에 공개했는데 새벽 1시에 1등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모든 음악은 서서히 인기를 얻어 순위 역주행을 해야 정상이다. 1위에 오른 노래인데 정작 사람들이 모르는 곡도 많고. 가끔은 나도 미처 듣지 못한 노래가 1위를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좀 이상하지 않나.”

윤종신은 “전 국민에 들려주는 음악이 아니라,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간 음원차트 상위 음악을 선별 과정 없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각자 취향대로 찾아듣는 음악, 그 환경이 가능한 플랫폼을 원하고 있다. ‘리슨’을 시작한 이유, ‘월간 윤종신’을 유지하는 이유다.

-앞으로 ‘월간 윤종신’에는 뭐가 담기나.

“비밀! 많은 걸 얘기하면 안 된다. ‘팬텀싱어’ 1위팀과 함께 하는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4월이 중요하다. 4월은 우리 모두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이지 않나. ‘월간 윤종신’도 일조하고 싶다.”

-작년에 발표한 캐럴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시국상황을 반영해 주목받았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던 건 절대 아니다. 하하! 그냥, 캐럴이다. 가사 어디에도 정치적 이슈는 없잖아. DJ. DOC처럼 누군가를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고. 어느 곳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내가 블랙리스트 상위에 올라있더라. 난 그저 캐럴을 만들었는데.”

-샘솟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궁금하다.

“아이디어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제작자들도 힘들다,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면 나는 ‘살 궁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후진 시스템에 기대고만 있는지 모르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