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일(현지 시간) 북한·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중국의 2위 통신장비기업인 ZTE에 벌금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 원)를 부과했다. ZTE는 사실상 중국 정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2010년부터 6년간 이란에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를, 북한에는 휴대전화를 수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상 최대의 벌금 폭탄을 때림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하는 중국에 압박성 제재를 내린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등에 치졸한 보복을 하는 중국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도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은 중국의 ‘아기’이고 중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이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제력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도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은커녕 한국의 안보주권에 위협을 가하자 미국은 동맹으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기업에 대한 일방적 제재를 반대한다”고 불만을 표하면서도 미국에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다음 달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을, 하반기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2기 집권체제를 알리는 공산당대회를 앞둔 중국으로선 미중 관계 안정과 외교적 성과가 절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과 북한 모두 위기 해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되뇔 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미 국무부도 왕 부장의 발언을 일축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 중단이 대화보다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