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온갖 차별과 편견 앞에서도 당당하고 품격 있는 자세를 잃지 않는 세 흑인 여성.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경쟁이 극에 달한 1960년대, 나사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 뒤엔 세 흑인 여성이 있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세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들은 백인 연구자들과 같은, 혹은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음에도 백인들과 철저하게 분리된 채 일한다.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나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써야 했고, 흑인이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이게 불과 50여 년 전 미국의 모습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제작진은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다.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과 나사의 수석 역사학자 빌 배리 박사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종이와 연필만으로 방정식을 계산해 우주비행사 존 글렌의 귀환을 돕는 장면이나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캐서린 존슨의 실제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23일 개봉.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