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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우선 검토… 군사 옵션도 열어놔

입력 | 2017-03-10 03:00:00

[외교 안보]美행정부 대북구상 3월말 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대북 구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달 초부터 ‘3월 말 대북 구상 완료설’이 나돌았는데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으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만큼 ‘디데이’를 이달 말로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 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국무부와 국방부 부장관, 차관 등 북핵 담당 주요 인선이 늦어지고 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북 구상을 주도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달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드 전개,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벌금 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연쇄 방문 등에서 알 수 있듯 전방위적 경제, 외교 압박은 대북 구상의 상수(常數)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선제타격,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등 군사적 옵션도 검토하고 있지만 한반도 전쟁 위험성을 감안해 일단 후순위로 밀어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한다면 군사 옵션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군사 옵션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선뜻 사용하지 않은 강력한 외교, 경제 옵션을 축으로 대북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이다. 오래전부터 핵심 대북, 대중 압박 수단으로 거론됐지만 미중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 실행은 못 한 카드다. 북한이 대외 교역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까지 모두 미국 법으로 제재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독자 제재와 함께 유엔을 활용한 북한 옥죄기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북한이 소형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리튬6’를 몰래 해외에 팔려 했던 사실이 8일 유엔 전문가 패널 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돼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대북제재 법안을 작성했던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콜로라도)은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핵심 물질이나 기술을 해외 테러 조직에 수출하는 도발을 할 경우 금지선(red-line)을 넘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카드다. 실제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북한을 ‘테러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상징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워싱턴의 평가다. 북한이 김정남 피살 과정에서 화학무기 VX를 사용한 점도 테러지원국 지정을 위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미 대화 카드도 옵션의 하나다.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도 “비핵화와 도발 억제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를 할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화 재개의 조건은 ‘선(先)비핵화, 후(後)대화’라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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