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기자
일반적으로 명절 귀성 표정이나 정부 통계 기사가 대표적이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만료되면서 ‘골재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 가동이 멈추고, 건설 공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바닷모래 채취 허가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자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는 식의 기사다. 실제로 이 내용은 국토교통부가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닷모래 채취 단지에서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1년간 650만 m³의 모래 채취를 허가한다고 고시한 것을 소개한 기사의 일부다.
비슷한 기사는 2010년과 2013년, 2015년에도 있었다. 날짜만 달랐을 뿐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기사에 소개된 정부 관계자의 당부성 언급마저도 같았다. “국가 및 지역경제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어민 피해 보상과 대체 자원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0년, 2013년, 2015년, 2016년 등 허가 시한은 계속 연장됐다. 당초 국책사업용이었지만 2012년부터는 채취 모래의 85%가 민간용으로 쓰였다. 채취 물량도 2008년 280만 m³에서 지난해 1167만 m³로 4배로 늘었다.
어민들은 모래 채취 이후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며 울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92만 t으로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장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체 자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자칫 주택 및 인프라 건설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언제까지 ‘불가피하니 이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해선 안 된다.
공사 중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채취해야 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제시하며 어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향후 바닷모래 비중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최소화할지도 밝혀야 한다. 재활용 가능한 골재원의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산림과 육상 골재의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광범위한 피해 조사를 통해 필요하면 적극적 보상에 나서야 한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