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실도, 어떤 판결도 내 편, 내 패거리의 것이 아니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불복종 체질
‘패거리 보스’ 아래서 출세한 국회 행정 사법부 지도자들
참회 있어야 파국도 수습될 것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어떤 진실도 판결도 내 편 내 패거리의 것이 아니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무조건 불복종 거부 저항 분노의 체질이 너무 오래 너무 깊게 파였다. 탄핵심판 전에 광화문이나 대한문에서 피를 보면 그 반작용이 자기네 패거리에 불리할 듯하니 참았지만 결정 후에는 광장에 핏물 들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태세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언론은 이런저런 제안을 하고 있다. 이 망국적 충돌과 재앙을 막기 위한 모색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오간다. 실체적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당사자와의 소통이 안 되고 설득할 수 없다는 데서 끝난다. 막다른 골목(aporia)이란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두 번째 기적. 탄핵이 인용되고도 박사모와 김평우와 이인제와 윤상현과 성조기 없이 태극기만으로 질서 있는 목소리를 계속하면 대한민국 안보 수호와 폭력적 종북세력 척결의 새 국면, 국민 단합을 이룰 수 있다(이 대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고 아침마다 절하는 새마을운동 지킴이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장의 절규가 귀를 찌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적이 가능하다면 세 번째 기적은? 촛불과 태극기는 융화할 수 있다. 촛불과 태극기는 세대 경험 교육 이념과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양극화가 빚어낸 광장의 물리적 표현이다. 과거에는 정권과의 대결이었다면 권력 무력화와 정치권의 책임 회피로 이제는 양극화된 시민의 광장 대결로 변했다. 광화문과 대한문 사이에서 순정 촛불의 소녀와 순수 태극기의 할아버지가 눈물과 환희로 만나고 포옹하는 기적을 기다린다. 그렇게만 되면 대한민국의 국가 개조는 물론이고 21세기 인류문제군의 중심, 진원지인 이 땅에서 새 지구촌 질서, 새 문명 창조가 가능하다. 이런 기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가파들끼리의 적대적 공존을 끊는 순수한 촛불과 순수한 태극기가 서로 포옹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부모 희생의 덕으로 대통령이라는 최고직까지 올랐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총격으로 쓰러지고 피 묻은 옷을 거두는 참상을 겪으면서 어려서부터 정상적인 세상 생활에서 격리된 특수한 생장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극단의 비극은 한 인간, 한 여성으로서 동정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독선과 트라우마의 화신이 되었다. 이런 비정상적 극단적 트라우마의 소유자는 절대로 종합적 조정의 자리에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치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의 사장도 해서는 안 되는 트라우마의 소유자를 정당의 대표에다 대통령으로까지 올려놓은 이 나라의 패거리 정치, 지역감정 의존 정치 구조가 원천적 과오요 천벌을 받을 죄과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