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유력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특히 촛불집회에서 그가 한 ‘사이다’ 발언은 많은 시민들을 열광하게 했고, 그를 대선 주자 지지율 2위로 단숨에 밀어 올렸다. 그래서인지 이 시장은 ‘촛불집회 개근상’으로 불릴 만큼 항상 촛불과 함께 했다.
그런 이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 당한 10일에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을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이 시장 캠프 내부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대선 주자로서 ‘통합 행보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촛불과 함께 성장한 이 시장이 촛불이 완수되는 순간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의견과, ‘탄핵이 선고되는 날에 광장에 나오면 통합 의지가 없는 것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맞선 것이다.
그런데 다른 대선 주자들도 많이 고심했던 탓일까. 이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선 주자는 이 시장이 유일했다. 이 시장 측 핵심 인사는 “광장의 시민과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이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고 전했다.
촛불집회에서 이 시장은 “탄핵 결정이 촛불혁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나라 건설을 위한 적폐청산의 첫 출발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 동등하게 즉시 수사를 받고 상응하는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시장은 이날 예전과는 달리 ‘통합’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시장이 통합을 내세운 것은 광장의 시민들과 시공간을 공유한 자리에서 ‘통합’을 강조함으로써 ‘의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시장은 현장에서 “촛불에 집중했던 우리 민심이 이제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선거과정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고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촛불의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정치인으로서 기본과 원칙을 잃지 않고 초지일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