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오후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헌정 초유의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국론 분열을 하루빨리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는 긴급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새로운 정부가 안정적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공정한 선거관리 등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내각에 주어진 책무”라고 밝혔다.
앞으로 최장 60일 동안 대통령 궐위의 비상시국을 이끌게 될 황 대행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통령이 궐위된 지금, 나라의 중심을 잡고 조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황 대행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상황에 대통령 교체까지 해야 하는 초유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황 대행은 국정 운영의 1순위를 안보에 두고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서 활동이 포착되는 등 6차 핵실험 조짐이 나타났다고 한다. 탄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황 대행이 위기를 헤쳐 갈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를 예의주시하면서 투자 판단을 내릴 것이다.
안보와 경제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는 60일 내에 치러지는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어수선한 선거 분위기를 틈타 공직자들이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대는 기강 해이 사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해온 황 대행이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 대비해 ‘전략적 모호성’ 태도를 취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으면 한다.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황 대행의 자리를 이어받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기막힌 자리를 맡게 된다. 국정 운용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져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