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BC대표팀. 스포츠동아DB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KBO리그에 대형 악재가 겹쳤다. 최근 들어 흥행가도로 포장된 ‘꽃길’이 출발 전부터 자갈밭으로 변한 모양새다.
우선 한국야구가 야심차게 준비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참패로 끝나며 1차 사고가 터졌다. 한국은 홈에서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이어 패해 결국 조기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처참한 성적표는 야구팬들의 등 돌린 민심으로 직결됐다. 개막전이었던 6일 이스라엘전엔 1만5470명으로 그나마 많은 관중들이 들어찼지만, 이후 1만5184명(네덜란드전), 1만2000명(대만전)으로 관중수가 하락세를 걸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물론 맥이 빠진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보낼 팬들은 많지 않았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최종결정하며 ‘봄 대선’이 불가피해졌다. KBO리그로선 정치적 사안을 떠나 시즌 도중 초대형 선거이슈와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정치권에선 아직 대선 날짜를 못 박지 않았지만, 5월9일을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로 내다보고 있다.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뒤로 직선제 대통령선거가 시즌 중에 실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87년 13대부터 2012년 18대까지 총 6번의 대선이 모두 비시즌인 12월에 치러졌다. 그러나 올 시즌엔 개막(3월31일) 이후 한 달 이상을 대선이라는 ‘블랙홀’과 맞붙어야 한다. 초반 흥행 전망이 어두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써낸 KBO리그. 과연 대형 악재를 딛고 36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