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전 법무부 장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얼마 전 미국 국무부가 펴냈다는 ‘2016년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우리의 이번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일련의 수사와 탄핵심판 과정을 부패와 인권 문제로 접근하여 평가했다는 점도 결코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사실의 일면을 정확히 보았다고 수긍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국가적 리더십 실종된 현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16세기 말 선조 때의 임진왜란이나 17세기 중반 인조 때의 병자호란, 그리고 20세기 초 한일강제합병이 모두 일본과 명, 청 등 중국과의 국방, 외교 소홀과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한다면, 지금의 국가적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 것임은 재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선 의식한 정치과잉 현상
지금은 사회의 모든 분야가 기본부터 정상화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정치우선, 정치과잉 현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직자들은 업무를 통한 성취감보다 보신적 현상유지 쪽으로 기울 우려가 농후하다. 아니, 이미 무사안일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조차 없지 않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경험 있는 지도층과 소수일지라도 사명감에 충만한 공직 엘리트들이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그래서 우선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출마든 추대든 당분간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를 사양하고 국정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안보관을 포함한 반듯한 몸가짐과 보수적 기독교계의 지원이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좋은 여건이 되겠지만, 지금의 국가·사회적 현실이 너무 각박·엄중하여 다시 부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길 만큼 여유롭지가 못하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법률가로서 익힌 균형감과 신앙인으로서의 희생정신을 갖추었으니 나라와 국민을 위한 그만한 지혜로움은 능히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공직자들 책임감 있는 헌신 절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공직자들의 책임감 있는 헌신이다. 공직자들은 명예감으로 산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것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공직자들이다. 영혼 없는 공직자들의 끝을 우리는 이번 탄핵 사태와 관련해서도 많이 보았다. 나라가 어렵다. 국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쓸쓸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시작하자.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전 법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