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불명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됐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정해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사례는 여럿 있었다.
1948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하야(下野)했다. 뒤이은 윤보선 전 대통령도 1960년 취임했지만 이듬해 5·16군사정변으로 물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사태로 서거했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1979년 12월 취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도 이듬해 8월 16일 신군부의 강압으로 퇴진해 최단명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대통령이 임기 도중 물러난 사례는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이후에는 없었다.
군부정권이 끝난 뒤 취임한 대통령들은 본인 또는 친인척 비리로 곤욕을 치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나란히 집권 말기에 아들 비리로 위기에 처했다. YS의 차남인 현철 씨는 YS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DJ 역시 2002년 차남 홍업 씨와 삼남 홍걸 씨가 각각 조세포탈과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됐다. YS와 DJ는 아들의 구속 직후 급격한 레임덕을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MB)도 ‘비극의 악순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 씨는 2008년 12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특히 2009년에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적 충격과 함께 정국에 큰 파장을 끼쳤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적었다.
현재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 생존 인사는 MB밖에 없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역시 현재 경호·경비만 지원받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